포텐에서 한 글에 명절인데 가족과 함께 병원에서 보낸다는 글을 보고 오늘,내일,모레,글피까지 쭉 일하는 나와, 일하는동안 계속 있을 장기환자들이 생각나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려고 함. 일단 난 4년차 찌끄래기고, 여러분이 아는 big5 (삼성, 세브란스 아산 서울대 성모) 는 아닌 지방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함. 사람들이 대부분 궁금해할만한 점? (본인의 호기심이든, 여자친구가 간호학과 혹은 간호사든, 어떠한 이유로든) 그리고 보호자가 될수도 있는 여러분에게 하고싶은 말..등등을 좀 적어보려고 함.
간호사 태움이란게 진짜 있음? 심함??
태움은 실존함.
근데 내가 느끼기로는, 일이 한가할수록 그 강도가 심해진다고 생각함.
내가 일하는 부서가 원내에서 사람 제일 많이 받고, 돈 젤 많이 버는 ICU인데, 일이 개빡세니까 뭐 태우고자시고 할 틈이 거의 없음.
물론 그러고도 미친 정병년이 한둘은 있기떄문에 인계할때 소리지르고 염병떨긴 함,,,
근데 막 인스타썰에 올라오는, '막내가 커피를 안사고 출근했다.' / '내가 카스테라 안좋아하는거 모르냐 왜 이런거 사오냐' 라고 하기엔 내가 일하는 부서가 너무 바쁨.
인스타로 그 썰 보고 동기랑 했던 얘기가
"저새끼들은 일할때 카스테라 먹을 시간도 있음? 개꿀빠네 미친년들" 이소리 육성으로 했음 ㅇㅇ
3교대 빡셈?
사람마다 다름. 난 입사초기에 수면유도제 사서 먹었음.
대부분 데이(6:30AM~2:30PM) 이브닝(2:30PM~10:30PM), 나이트(10:30PM~6:30AM)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근엔 2교대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3교대일듯..)
이게 뭐 다른 생산직처럼 2주일 쭉~데이 -> 다음 2주 쭉 이브닝
이런 느낌이 아니라
데이 / 이브 / 오프 / 데이 / 나이트 / 나이트 / 오프 / 오프 / 데이
이런식으로 존나 왔다갔다 함.
평소에 시차적응같은거 ㅈ까고 잘 자는 사람들은 상관없다하지만, 대부분은 이거땜에 몸 망가진다.
그래서 여자들은 임신한후에는 나이트 근무 안시킴.
간호사 국평오 맞음? 간호사들 꼬시기 쉬움? 문란함?
한번씩 간호사 얘기 나오면 꼭 나오는 말들인듯 ㅇㅇ.
근데 간호학과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안그럴수가 없음.
막말로 저기 뭐 김가네 대학교 에도 간호학과가 있는거임.
이유? 어쩄든 취업은 시키니까. 돈이 되니까. 시설 없어도 어떻게 로비 해서라도 실습할 2차병원 하나라도 물어오면 구색은 갖출 수 있으니까.
2022년에 간호학과 있는 대학교가 116개임. 모집 인원수는 10,500명이었음.
전국 일반 대학교수가 190개, 전문대수가 134개니까, 대략 1/3의 학교에 간호학과가 있음.
당장 님들 대학교 이름 다 대보라고해도 막상 대다보면 50개 이상 대기도 힘들건데, 그 순위 외의 학교 70여개가 간호학과로 대학생들 받는거임.
매년마다 1만명이 간호사로 나오는데, 당연히 그중에 꼬시기 쉬운 여자 / 문란한여자 / 빡대가리인 여자 다 있지 않겠음?
사람 수가 많으니까 그런 애들도 많이 보이는거일뿐임. 물론 과 자체가 엄청난 엘리트과도 아니기떄문에 더더욱 그렇게 보이겠지.
인스타랑 유튜브에 떴던 공습경보좌 같은 경우가 실제로 많음?
이런 상태를 섬망(delirum) 이라고 함.
중환자실에 있으면 침대에서 내려오지를 못함. 주사바늘도 우리가 생각하는 손등이나 팔에 있는 주사바늘이 아니라,
목에 쑤셔박은 존나 굵고 긴 주삿바늘 쓰기때문에 어디 못움직임. 그리고 움직일 상태였으면 중환자실에 없음 (5%정도는 예방적으로 관찰 위해 있기도 하지만..)
그럼 한 침대에 누워서, 하얀 천장을 보며,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간호사가 알려주지 않으면)알지 못 한채로 수십시간을 보내는거임.
그나마 치료가 잘 되어서 1박2일만에 병동을 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3~4일까지도 중환자실에 있게 되는거지.
애초에 3~4일 중환자실에 있단거부터가 상태가 좋은건 아니란뜻이고...
여튼 그 상태면 김서방네 아무말 대잔치 열리는거임.
제일 흔한 말은 "여기 사람 죽이려한다 경찰 불러라" 라는 말...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섬망 오면 이 말 99%는 하는듯.
뭐 "개새끼야 칼로 찔러 죽여버릴거다." (이건 섬망이 아니라 성격인가?),
아들이나 딸 이름만 3시간 내내 부르는 경우도 있고,,,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건 외국인 환자가 섬망 오면 어쩔찌 궁금했는데, 아직 영어로 헛소리하는 환자는 본적이 없음.
여튼 저런 경우는 꽤나 흔하다... 그런 상태에선 바로 손부터 묶고 시작함...
아 내가 본 최고의 섬망은
침대 뒤에 수액걸이 뽑아들고 관우 장비마냥 간호사 위협하면서 창질 하던 사람이었음...
다행히 그때 일하던 남자가 2명이어서 파운딩으로 제압했음 ㅅㅂ.
진상 많음??..
대부분의 진상? 이라고 함은 결국 간호사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음.
중환자실에서 자기가 아프다고 간호사를 계속 부르는건 당연한거임. 아프니까 중환자실에 있겠지, 그리고 아픈걸 말해줘야 우리가 처치를 하지.
중환자실 내에서 진상이라함은 결국 간호사를 무시하는경우가 대부분인듯.
간호사에게 아가씨 / 총각이라고 부르는건 약과고,
그렇게 말했을때 "간호사라고 부르셔야해요~"라고 말하니
"사 자 소리 듣고싶어서 환장을했네 ㅋㅋ"라고 비웃는 경우도 있었고.
우리한테 불평불만 늘어놓다가 주치의 교수님 오니까 아무말도 안하고 있길래
교수님 가고나서 "왜 교수님앞에선 한마디도 안하세요?" 라고 하니까
"교수님은 맞는말만 하니까"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었음.
물론 그 후에 내가 " 아 그럼 저는 틀린말만했다는거네요? 네 그럼 틀린말만 하는 간호사니까 환자분 알아서 스스로 돌보세요"라고 하니까 이름 뭐냐고 노발대발하더라.
장기이식환자여서 방안에 들어가있는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몇번 불렀을때 밖에서 못 듣고, 간호사가 오지 않았다고 리모컨을 창문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었고.
진짜로 "어디 여자가 내 몸에 손을 대"라며 윽박지르는 탈모충도 봤고.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냐"라고 하길래, "네 저는 그쪽 이름, 나이, 집 주소, 핸드폰번호, 따님이랑 배우자분 핸드폰번호까지 다 알아요."라고 하니까 뒤집어져서 나중에 클레임 넣은 사람도 있었음.
남자 간호사한테는 진상 덜함?
섬망이 와서 눈에 뵈는거 없으면 남녀차별 없음 (성평등 ㄷㄷ)
근데 눈에 뵈는거 있을때
딱봐도 ㅈㄴ 쎄보이는 근육질 형님 있으면 좀 조용해짐.
중환자실과 보호자의 관계
뭐 여기서 이 글을 볼 사람들중에
중환자실에 입원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음? 사실 대부분 보호자가 될 확률이 높겠지...
보호자가 될수도 있는 펨붕이들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추가로 쓰기로 했음.
1.일단, 수술 / 시술을 집도하는건 교수님, 의사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환자 옆에는 간호사가 있다는걸 기억하면 좋겠음.
이게 뭐 "간호사한테 감사하는 마음 가지세요~"라는 뜻이 아니라, 간호사를 적으로 두는듯한 스탠스를 취하지 말라는거임.
교수님한테는 굽신거리고, 레지던트한테는 목소리내고, 간호사한테 성내는 경우가 꽤 있음.
뭐 이론적으로는 그러면 안되지만, 간호사들도 보호자가 진상이면, 그 환자한테도 보호자를 투영할 수 밖에 없는듯함.
2.진짜 진짜 진짜 부탁인데,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뭐 보고 "아니 ~~는 이렇게 한다던데~~"하지 말아줬으면 함.
실제로 보호자나 환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꽤 있음.
그럴때마다 내가 "그 분은 환자분 이름이라도 알아요?"라고 해주면 조용해지긴 하더라.
환자의 과거력 / 현상태를 아는건 지금 환자를 보는 의료진이지, 그 유튜버나 블로거가 아님. (한때 홍혜걸 박사님땜에 미치는줄 알았다. 환자들 입에서 홍혜걸 이름 5번 이상 들어봄.)
그런말할거면 그냥 거기서 바로 전원신청서 써가지고 그 유튜버한테 보내버리고싶음.
실제로 교수님도 한번 환자가 "아산병원에서는 ~~~~" 듣고, "그럼 아산병원 가시지 왜 여기서 수술하셨어요"하고 간 적 있음.
3.보호자의 진상이라고 함은
하지 말라는 행위 (면회중에 사진찍기, 3~4명의 보호자가 돌아가면서 전화해서 같은말 반복하게 하기 등등...)만 안하면됨.
간헐적으로 커피나 빵 사주시는 보호자분들 계신데, 너무 감사하지만 그거까진 바라지도 않음.
그냥 간호사에 대해 깔보는 / 공격적인 스탠스만 취하지 않고, 면회나 면담 / 전화통화 끝날때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만 붙연주면 그것만으로도 상위5% 보호자라고 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실제와 얼마나 비슷한가?
익준센세는 실존하지 않아요.
지금 우리과에 레지던트 한분이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그래도 익준센세는 없어요.
진짜 없어요.
정말요.
아 그리고, 밤에 교수님한테 전화했을때, 슬의생에 나오는 간호사처럼 "부정맥이 지나가요!"라고 하면 욕머거요,.. 무슨 부정맥인지 제가 진단해서 말해야해요...
전화해도 교수님 안와요... 가정이 있는 사람이 진짜 응급상황 아니고서야 어떻게 한밤중에 병원에 오겠어..
익준센세처럼 저녁 약속 가있다가 오는 경우 거의 없어요...
-남자 간호학과 들어가면 인기 많음?
최근에는 남자 : 여자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던데, 나때만해도 (그래도 10년 안됨..) 남자는 전체 학생의 10% 비율이었음.
CC는 솔직히 정상인 놈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음.(난 못해봄 ㅇㅇ) 여자들하고 잘 어울릴 성격이면 인기가 배가되고, 남초에 맞는 성격이면 적이 배가됨. 그래도 확실한건 조별과제든, 조별수업이든, 실습이든 뭐든 여자랑 대화할 일이 정~~~~~말 많기떄문에 꼭 CC는 아니더라도 연애하는데에는 큰 도움이 됨.
간호사라는 직업을 추천하나요?
절대 안함.
high risk / low return 그 자체임.
환자를 좋아지게 하는데에는 모든 결정권이 의사에게 달려있고,
간호사가 독단적으로 환자를 치료할수는 없지만, 안좋게는 심정지까지 오게할 수 있음.
삼교대로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학생일떈 스펙이고뭐고 실습하면서 시간만 채우고 학점 관리만 하면 되지만,
일 시작한 후부터 논문, 의학서적 뒤적거리면서 공부를 해야함 (일반병동은 이런거 안해도됨. 중환자실이라 당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는 국평오, 간스유예~~~~뭐시기 하면서 걸러야 될 직업으로 인식되고.
가래 뽑아주고, 대변 닦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환자들한테 나오는 접촉주의 균들도 다 내몸에 뒤집어쓰고.
그렇다고 돈이라도 많이 받냐? 주말 / 낮 밤 / 공휴일 의미없이 일해야 연봉 5천이고...
다 죽어가는 사람 살려놨더니, 엉덩이에 욕창 있다고, 교수님은 고생하셨는데 간호사는 뭐했냐면서 클레임 걸리고, 소송 당하고
솔직히 일하면서 현타 존나오고, 하루 빨리 보험심사 자격증이라도 딸까, 공무원 준비라도 할까 고민되게 하는 일들 투성이임.
웬만한 사명감 아니면, 하지마라.
혹은 하더라도, 저기 김복자 의원 이런데서 월급 200받으면서 강강수월래하면서 살아도 행복하게 살 자신 있으면 하라고 말하고싶음.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듯 ㅇㅇ.
병원비
내가 학생때 외국 케이스(특히 미국)를 조사하면서 느낀점은
'대한민국에는 아플 자유가 있다' 라는거임.
미국을 예로 들면, (물론 5~6년전 자료긴 하지만) 기침할때 아프지말라고, 애착인형을 하나 주는데 (그냥 일반 곰인형임)
이거 가격이 150불임. 얘네는 어디 수술하면 몇억 우습게 나감.
물론 이러니까 간호사 2명이 환자 한명을 케어할 수 있음. 옆에서 책읽어주고, 자장가 불러주고, 밥 하나하나 다 떠멕여줌.
우리나라는?
전신 화상입어서 전신을 싹 다 거즈로 닦아주고, 생리식염수로 씻겨내고 거즈로 다시 덮었을때.
그 가격이 단 5천원임.
병원비 정산 프로그램 들어가보면, 장기환자 한명이 원래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8천만원인데, 실제 지불금액이 700만원이었나 그랬음. (액수에 대한 기억 조작은 있을 수 있으나,. 대충 이정도가 의료보험으로 커버됐었음.)
여튼, 우리나라 병원비 비싸네뭐네하면 진짜 뺨떄릴거임.
우리나라에선 병원을 굶기면 굶겼지, 아픈 사람이 치료 못받는건 못봐줌. 내가 간호사만 아니었다면 참 좋아했을듯.
무연고자
쉽게 말해 가족이 없는 사람임.
일단 뭐 어디 대동맥이 찢어져서 수술은 했는데,
가족도 없고, 이 사람이 돈을 낼 수 있는지도 모름.
근데 이런 사람들 99%가 돈 못냄.
그러면 뭐 어쩔수 있나, 일단 사람은 살려야 하니까 수술은 해버렸는데.
돈을 지불 할 사람이 없으니,
환자의 등본상으로 거주지 등록되어있는 구의 구청에서 세금으로 병원비를 지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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