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퇴근길 최악의 지하철 노선을 뽑아보라고 하면 단연 9호선을 뽑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특히 9호선 급행은 '차라리 저걸 타느니 일찍 일어나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준이고
그 중에서도 염창역을 지나는 구간은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9호선의 혼잡도마저 넘어서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이 하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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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출퇴근 혼잡도 280%를 자랑하는...
바로 그 악명 높은 김포 골드라인이다.
출퇴근길 붐비지 않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 중에서도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위와 같은 출퇴근 풍경이 매일매일 반복되어 시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카오스 그 자체가 되곤 한다.
참다참다 못한 김포 시민들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 또한 시민들이 매일매일 경험하는 이 고통을 직접 체험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너도 함 타봐라' 챌린지를 제안했고
김포시장이 이 챌린지에 처음 참여하여 김포 골드라인의 현실을 체감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한 이후
'너도 함 타봐라' 챌린지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삶을 체험한다며 나서는 단골 코스가 되었다.
글의 의도가 의심될까봐 사진은 첨부하지 않겠지만, 대선 주자들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이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이렇게 설계를 한 것일까?
처음부터 잘 만드는게 그렇게 어려웠던 것일까?
왜 김포 골드라인을 이렇게 설계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서울 주변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랬던 것처럼 김포 또한 2000년대 이전에는 촌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도시 내에 철도는 당연히 없었으며, 당시 김포 시민들은 오로지 48번 국도 하나에만 의지해 여기저기 오가야 했다.
(참고로 이 48번 국도는 여전히 김포에서 핵심적인 도로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김포가 발전하고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 국도의 정체량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다.
정체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자 김포시는 전철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좌초된다.
그러던 와중에 2003년, 김포 한강신도시가 2기 신도시 계획에 포함되면서 김포시는 철도를 유지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한강신도시가 본래 계획보다 축소되면서 중전철을 유치할 수는 없게 되었고, 대신 경전철 유치를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경전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당시에도 팽배했고, 김포공항에서 환승을 해야한다는 불편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김포시는 당시 공사중이던 9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여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이 때 김포시는 9호선을 유치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중앙정부와 경기도로부터 단 한 푼도 지원받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내걸었다.
하지만 결국 건설비 부담이 너무 컸던 탓에 9호선 연장안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고, 이에 김포시는 어쩔 수 없이 경전철 건설을 밀고 나가게 된다.
하지만 9호선 유치가 아닌 경전철 건설로 계획이 다운그레이드 되었음에도 사업비 부담 방식은 변화하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수익자가 100% 원천 부담 노선이 되면 예타 조사에서 미달을 받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따라서 결국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분담금 2조원 (가구당 약 1200만원)과 김포시가 부담한 3000억여원으로 사업이 추진되었으며,
김포 골드라인은 최초의 수익자 원천 부담 도시철도노선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건설 과정에서 치명적인 미스 하나가 발생하게 된다.
김포시는 본래 충분히 교통분담금과 시 재정만으로 4량 경전철을 건설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사업을 진행했으나,
막상 짓다보니 사업비가 풍족하지 않아 이를 절감해야 할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4량 경전철에서 확장이 불가능한 2량 경전철 건설로 계획을 축소하여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는 전철의 수송 능력에 있어 상당히 치명적인 결정이다.
그 악명 높은 9호선도 초기에는 무려 4량만으로 운영되다가 이용객들의 항의가 극심하자 2017년에야 6량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6량으로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9호선은 서울 최악의 지옥철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용객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6량으로 운영되는 9호선도 생지옥을 경험하게 한다는 평이 자자한데 김포 골드라인은 2량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도대체 만들기 전에 수요 계산은 한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김포시 입장에서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김포 골드라인의 딜레마는 출퇴근 시간에만 저렇게 붐비지 막상 다른 시간에는 이용객이 매우 적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평균 수요로 나눠버리면 2량으로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9호선 또한 초기에 4량만 편성하기로 한 결정에는 위와 같은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김포 골드라인의 더 큰 문제점은 단순히 2량만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김포 골드라인은 확장이 불가능한 2량 경전철로 건설되었다.
다시 말해, 모든 승강장들 또한 2량을 기준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차량을 증결하면 모든 역들도 폐쇄하고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다시 말해, 9호선과 같은 다른 전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증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배차 시간을 줄이고 차량 편성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
이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한 이유는... 김포의 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 최근 수도권 인구의 증감 현황을 보면, 오히려 서울의 인구가 줄고 경기도의 인구가 늘고 있다.
서울의 집값이 너무 올라버리자 이를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경기도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김포 또한 그러한 사람들의 선택지에서 예외는 아니며, 사실 지금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김포다.
김포시는 이미 2022년 기준 인구 50만명을 돌파해 사실상 대도시로 진입했고, 2035년에는 인구가 무려 80만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해, 미래에는 배차 시간 2 ~ 3분 간격의 2량 열차로 80만명 인구의 이동 수요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이에 현재 김포시와 김포 시민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다.
김포를 지나가는 GTX-D 라인이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연결되는 것으로 계획된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김부선 라인),
김포시와 김포 시민들은 위 사진처럼 GTX-D 라인이 강남까지 직결되도록 노선을 연장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우선 현재는 김포시와 김포 시민들의 요구는 결국 묵살되었고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GTX 노선을 건설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추후 변경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현재 김포시와 김포 시민들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5호선 (혹은 9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것도 논의가 되고 있기는 하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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